'엄마는 참 과해.'라고 생각될 때가 있다.
엄마는 주변의 사람들에게 마음을 전하는 선물로 찰밥을 지으시곤 한다. 엄마의 찰밥은 맛있다. 전날부터 질 좋은 국산 찹쌀을 불려서 준비해놓고, 갖가지 콩을 섞어 커다란 찜기에 쪄서 만드는 밥이니 왠만한 정성이 아니고서는 할 엄두가 안난다. 받아보는 사람들도 하나같이 정성에 놀라고 고마워한다. 그런 반응을 마주할 때마다 엄마는 무척 흐뭇하고 뿌듯해한다. 본인의 정성과 마음이 제대로 읽혔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 누가 나처럼 이렇게 찰밥을 만든다니? 얼마나 정성이 들어가는 건데..."
엄마의 정성이야 준비하고 만드는 과정을 보는 나야 대단한걸 알지만, 어떤 부분은 잘 모르겠다. 좋은 것이 천지인 요즘 사람들에게 찰밥이 무슨 대단한 선물로 받아들여질까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해서다.
'찰밥 정도가 뭐 그리 특별한 것이라고 저렇게 열심히 정성스럽게 하실까?'
게다가 이사람 저사람 챙겨줄 찰밥을 큰 찜기에 잔뜩 하고 난 날에는 기진맥진해서 코를 드르렁 골며 주무시곤 하니 무리하시는 것 같아 신경이 쓰인다. 정월대오름같은 특별한 절기때에나 만들어 나누면 되지, 마음 가는 사람들에게 수시로 만들어 보내는 수고를 굳이 해야 하나 싶다.
엄마는 딸들의 꺄우뚱과 걱정어린 만류에도 불구하고, 엊그제 꼬박 이틀동안 함경도식 명태 식혜(食醯)와 찰밥 한통을 만들었다. 지난 번 점심식사에 초대해주신 선생님 댁에 보내드릴 요량이다. 아이스팩 여러 개를 넣어 냉기를 가득 채운 큰 아이스박스에 식혜와 찰밥을 넣고 뽁뽁이를 둘러 잘 포장했다. 아침부터 우체국에 연락해서 배송이 어떻게 되는지 확인하고, 선물 박스를 엄마의 전용 손수레에 싣고 우체국으로 향했다. 혹시 늦으면 하루 더 걸릴지도 모른다는 우체국 직원의 이야기는 귓등으로 흘리고, '내일안에 꼭 도착했으면...' 하는 생각과 함께 엄마의 과한 정성을 택배로 보냈다.
"아마도 엄마는 엄마가 할 수 있는 가장 최고의 정성을 선물하시는 거겠지?"
누군가의 정성담은 따뜻한 밥상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늘도 기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