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목요일 오후, 4개월만에 고립 청년 S를 만났다. S와는 작년 늦여름부터 두 달 정도 인터뷰를 함께했고 마치는 인터뷰에서 그는 마음이 조금 홀가분해졌다고 고마워했다. 인터뷰를 마치는 종로의 한 카페, 그 날의 여운이 진하게 남았는데, 인터뷰를 끝내는 것으로 아쉬워했던 S가 눈에 밟혔다. 인사를 나누고 헤어지면서 언제든 연락 달라고, 근황도 전해주고, 기회가 되면 차 한잔 하자고도 말해놓았었다. 그래도 되냐고, 연락하겠다고 답하는 상기된 S의 표정은 상기되어 있었다. 안심이 되었다. 나도 그냥 하는 말은 아니었다. 작년 말에 한 번, 지난 주 목요일에 또 한번 S와 다시 만났다. 늘 그랬던 것처럼 내가 커피를 샀고, S는 늘 얻어먹었던 것이 미안했다며 저녁으로 햄버거를 샀다. 우리는 3시간동안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어떻게 지냈느냐는 내 질문에 그는 잘 지내고 있다는 짧은 안부인사로 답했고, 이어 은둔 청년 '숨'의 이야기를 꺼냈다. 작년 연말까지 계약한 일자리가 끝난 후 또다시 은둔하게 되었다는 '숨'은 인적이 드믄 새벽녘, 이따금 술을 사러 편의점을 들르는 것 외에는 전혀 외출하지 않고 집 안에서만 지낸다고 했다. 서로의 집이 지하철로 한 정거장 거리밖에 되지 않는데도 작년 가을 이후로 한 번도 대면해서 만나지 못한다고 했다. 그렇지만 '숨'은 S와 자주 긴 전화통화를 하고 있었다. 4시간, 6시간... 신세한탄이든, 조언이든, 앞으로의 바람이든, 다양한 색으로 긴 대화를 채워나가고 있었다. 서로를 격려하고 지지하고 있었다. 때로는 투정도 부리고 한 발 떨어져 달라고 정중하게 요청하기도 했다.
S는 자기도 모르게 '숨'의 상담자가 되어 있었다. 다행이었다. 누군가의 '기댈 어깨'가 되어주는 경험이 S로 하여금 '서로에게 기대어 살아가도 괜찮은 삶'에 대한 희망도 갖게 할 것이다. 그런 믿음과 기대가 생겼다. 종종 안부도 묻고 근황도 나누자, 기회되면 차도 마시자고 '다음'에 대한 '여지'를 남기니 상기된 S의 목소리 톤이 높아졌다.
"그럼요. 써니님이 연락하면 언제든 최우선으로 비워놓을게요. 언제든."
님, 오늘도 서로를 기대하는 하루로 살아보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