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은평구 이 동네로 이사를 왔다. 6년 가까이 살던 집과 오래 묵은 짐을 정리하고 서울의 서북권 끝자락으로 이사를 왔다. 우리 집은 빌라의 4층 집이었고 옆집에는 마당딸린 2층 단독주택이 있었다. 잘 정리되어 보이지는 않았지만 꽤 넓은 화단과 2층의 넓은 옥상까지 꽃나무와 화분, 그리고 이것저것 살림살이가 가득했다. 이사온 지 한달쯤 되었을까? 볕이 좋은 어느 날, 뒤꼍 테라스에 나간 엄마는 단독주택 옥상에 올라온 할머니와 만났다. 아니 만났다고 했다. 내가 직접 보지는 못했으니.
엄마는 이사온 동네에 이웃들과 잘 지내보고 싶어서 먼저 인사를 건냈다. 평소의 엄마다운 모습이다. 전 동네에 살 때에도 동네 마트를 가거나 산책을 다닐 때도 지나면서 만나는 동네 사람들과 눈이 마주치면 먼저 인사를 건내는 것이 엄마의 좋은 습관이었다. '좋다'라고 한 것은 낯선 사람과도 가볍게 인사를 나눌 수 있는 엄마가 정말로 좋아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전!
엄마의 반가운 인사에도 할머니는 싫은 티를 태며 이웃되기를 단호히 거절하셨다.
"인사하지 말아요. 싫어요. 난 별로 인사하며 지내고 싶지 않으니까. 그리고 그 집 테라스에서 우리 집 마당이 내다 보이니 가림막으로 다 가려요."
물론, 그 거절에도 곧바로 알았다 할 수 없으니 엄마는 우리가 이사온 지 얼마 안되었고 서로 옆집 살게 되었으니 잘 지내보자고 어르신께 인사드린 거라고 굳이 설명을 하며 할머니의 거절을 거절하셨지만, 할머니는 내 알바 아니라는 듯 본인 할 말만 하고 말더라는 것이었다.
당시에 다른 곳에 있다가 입주민 대표로 들어가 있었던 단톡방을 통해 2층의 어느 주민이 내게 메시지를 보내왔었다. 동네에서 목소리 크고 문제도 많이 일으키는 할머니인데 어머니께 너무 함부로 말해서 한마디 거들까 하다가 싸움이 될까봐 말았다며, 어머니께서도 못 들은 것으로 하시고 신경쓰시지 않으시면 좋겠다는 당부와 위로의 메시지였다. 그 이후 우리 집은 테라스 전체에 가림막을 쳤고 할머니와 직접 인사를 나눌 수는 없었다. 그래도 엄마는 종종 할머니의 안부를 궁금해하셨다.
오래 전에 연락이 끊겼던 고등학교 친구의 안부가 궁금해지는 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