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온 후 교회가는 일이 그야말로 큰 일이 되었다. 왕복 4시간 거리로 멀어지니 예배를 드리고 집에 돌아오고 나면 모두 녹초가 되어버린다. 전철 안에서 고개를 꺽어가며 자다깨다 했던 여동생도 오자마자 거실에 쓰러져 잠이 들어버렸다. 간신히 샤워를 하고 난 엄마도 일찍 쉬어야겠다며 방 안에 들어가셨다.
엄마의 잠자리를 봐드리러 뒤따라 방에 들어갔다. 어느새 희어진 머리칼, 거기다 듬성듬성해진 것이 예전에 굵고 탄력있는 숱많은 검은 머리와 사뭇 달라져버렸다. 요즘은 새치 염색을 해도 한달을 채 버티지 못하고 금새 희게 새버리고 만다.
전에는 버스나 지하철을 타도 자리가 있는지 두리번거리는 것을 나이든 티 난다며 싫어하셨는데, 요샌 함께 지하철을 타도 자리를 찾아 각자 찢어 앉자 하신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사람들 어깨 너머로 혹시나 하며 빈자리를 찾는 엄마의 바쁜 눈길이 느껴져 안쓰러울 때가 있다. 계단을 오르내려야 해서 지하철을 좋아하시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이 타야할 때면 조금 멀더라도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가 있는 데까지 돌아가곤 하신다.
"옛날에~ 옛날에~"
막내동생이 어렸을 적에 자주 쓰던 말이었다. 이야기를 시작하려고치면 언제나 "옛날에...옛날에 말이야.." 하는 말을 관용어처럼 사용하며 입을 뗐다. 1년 전도 옛날이고, 바로 어제 일도 옛날이다. 지나간 과거는 무조건 옛날이 되었다. 오늘 문득 엄마의 젊고 아름다웠던 그 옛날이 무척 그리워졌다.
"엄마 참 예뻤어. 옛날에 말이야, 엄마는 항상 당당했어. 씩씩했고.
옛날에 엄마는 눈이 좋았어. 옛날에 엄마는 힘 센 로보트같았어.
엄마는 옛날에 그랬어."
"엄마, 그런데 말이야.
지금도 예뻐. 옛날에도 예뻤고
지금도 여전히 예뻐. 옛날 옛날부터 쭈욱 그랬어."
어버이날, 부모님의 아름다운 모습을 오래오래 기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엄마 이름만 불러도
왜 이렇게 가슴이 아프죠 모든걸 주고 더 주지 못해 아쉬워 하는 당신께 무엇을 드려야 할지
엄마 나의 어머니 왜 이렇게 눈물이 나죠 가장 소중한 누구보다 아름다운 당신의 나의 나의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