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내린 직업, 농부'라는 소제목의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큰 타이틀은 <자연의 철학자들>이라는 제목이었다. 예순이 되어 흙을 알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천호균 농부의 삶을 살게 된 단발머리 늦깍이 농부의 이야기였다. 농부로 살면서 경험했던 감동의 순간을 전하는데, 전해들으면서 나에게도 감동이었다.
농부가 콩을 심을 때 3알을 한번에 심는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예술이다.
한 알은 땅 속의 동물이나 벌레들이 먹고
한 알은 땅 위의 새나 동물들이 먹고
한 알은 이웃과 나누어 먹기 위해
세 알을 심는다.
결국 농부가 바라고 꿈꾸는 삶은 그저 나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뛰어넘어 더불어 사는 삶이다. 내가 씨 뿌렸다고 해서 오롯이 내 힘으로만 싹 나고 열매맺어 먹고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흙과 물과 빛과 비와 바람이 있어야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는 눈에 보이는 범위를 넘어서 보이지 않는 이들의 삶까지 두루 살펴가는 것, 그것이 농부의 삶이라고 말하는 콩 세알에 감동하여 본격적으로 농부로 살게 되었다고 말한다.
동생이 몇 년동안 광화문 광장과 서울 시청까지를 새벽부터 발 벗고 뛰어다녔던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의 나눔장터와 캠페인을 운영한다고 매주 수 천명, 수 만명의 시민들을 만나는 일을 했을 때, 나와 엄마도 가끔씩 지지방문 차 광화문에 들르곤 했는데, 그때마다 흰색 단발머리에 초록색 모자를 눌러쓴 천호균 대표, 아니 예술하는 농부 천호균님을 심심치 않게 보았다. 몇년 만에 티비에서 본 그는 에너지 자립 하우스를 만들어 텃밭회원들과 텃밭도 가꾸고 장도 담궈 먹으며 흙을 밟고 흙을 만지며 행복한 농부로 살고 있었다. 좋아 보였다.
3알의 콩을 심는 하루가 되시길 응원합니다.
니가 웃으면 나도 좋아 넌 장난이라 해도 널 기다렸던 날, 널 보고 싶던 밤 내겐 벅찬 행복 가득한데 나는 혼자여도 괜찮아 널 볼 수만 있다면 난 늘 너의 뒤에서, 늘 널 바라보는 그게 내가 가진 몫인 것만 같아